IT 기획자, 한국과 비교해서 호주는 어떨까?
호주, NSW주의 시드니 바로 위쪽에... 우리가 사진으로 접했던 오페라 하우스에 연결된 하버 브릿지를 건너면 시드니의 테헤란 벨리 North Sydney가 나온다.
이곳의 SNS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으로 한국과 호주의 업무 환경을 잠깐 적어보겠다.
* 근무시간
9:00 ~ 5:00
Korean Time이라고 하지만 9시에 칼같이 오는 외국인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유는 호주의 지하철 사정 때문!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만큼의 넓은 땅에 천연 자원과 자연환경의 축복을 받은 호주인들은 대체로 여유있다. 그래서 정말 수시로 정비때문에, 또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지하철이 멈추는데 지하철 승객들 중에 아무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고 바로 내려서 지하철 공사에서 제공하는 무료 버스를 갈아타면 그뿐.
아침에 늦었을 때 "Sorry, I was stuck on the train." 한마디로 상황 종료.
* 업무강도
그렇지만 이들의 업무 강도는 한국인 기획자였던 나를 녹초로 만들 정도였으니,
9시부터 점심 전까지 정말 옆사람과 대화도 없이 일만 하고, 2시부터 퇴근 전인 5시까지 또 정신 없이 일만 한다.
그래서 일하는 내내 주변 동료들에게 탕비실에 커피를 타러 가거나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눈치가 보였다.
친한 사이라도, 언제 매니저에게 달려가서 XXX는 업무시간에 30분 정도 쉬는 시간을 갖던데 왜 연봉이 이렇죠?? 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어필할 지 모르기 때문.
담배를 피던 영국인 마케터 R양은 하루에 30분씩 담배피는 시간을 채우기 위해 홀로 5:30에 퇴근을 하곤 했다. ㅠㅠ
* 기획 프로세스
매년 말에서 초까지 약 2달 정도 사업 계획서를 작성한 후 연간 스케줄이 나오면 실제 (우리가 스토리 보드라고 불리는) Wire Frame에 IA 작업을 한다.
미리 연초에 협의한 전략대로 실무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전략을 잡지는 않고 1장 정도의 목표만 적는다.
전체적인 프로젝트 총괄은 개발자 출신의 Project Manager가 있었고, 디자인 총괄은 Creative Director가 따로 담당한다.
실제로 개발이나 디자인의 많은 부분은 인도에 있는 회사에 Outsourcing 을 하는데 MIT 박사 출신의 고급 인력을 연봉 2천만원 정도면 고용할 수 있다고 하니 회사에 다니고 있을때 미리미리 충성하자.
참, 재미있는 점은 버그 리포팅을 할 때 개발자와 함께 회의실에서 하나하나 화면을 보고 버그 한개마다 기획자가 혹은 운영자가 설명을 한다는 것? ^^
* 점심시간
점심시간은 12:00 ~ 2:00 중 아무때나 나가서 1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한국처럼 다같이 점심을 먹는 문화가 아니라, 한사람씩 말없이 사라지거나 각자가 준비한 도시락/샌드위치/국수 등을 자리에 앉아서 먹기도 한다.
* 휴가
호주는 한국과 비교해서 공휴일이 너무 적다.
1년에 10일이 채 되려나... 대신! 연차가 20일, 병가가 10일 있는데 근무일수에 따라서 1년이 되면 1일씩 연차가 늘어나고, 공무원은 기본으로 지급되는 연차가 27일이라고 들었다. (어느 나라나 공무원은 혜택이 좋구나~)
대체로 호주인들은 연차는 한꺼번에 몰아서 한달씩 여행을 하고, 평일에 회사가기 싫을땐 병가를 썼다. ㅋㅋㅋ
* 연봉 및 대우
2-3년 경력의 IT 대기업 기획자의 연봉이 7만불 정도였는데, PM이 되면 최소 10만불 이상을 받는다. 협상하기 나름!
또 사람들이 순진하고 정직해서, 집에 사정이 있을땐 재택 근무도 가능하다.
* 복리후생
회사에 늘 체리, 사과, 초콜렛이 쌓여있다!! 꺄악~!
각종 Minties 늘 환영!
* 근무 외 생활
누군가는 개인주의라고 회식이 없다고 하던데 우리 회사는 회식이 참 많았다.
1. 자유로운 회식
매주 금요일 점심은 팀사람들끼리 꼭 함께 먹었고, 퇴근 후에 5시가 되면 회사 1층에 있는 펍에서 같이 술을 마셨었는데 강제는 아니라서 참석하고 싶은 사람만 참석하고 같이 놀다가도 6시가 되면 남자들은 저녁 해야 한다면서 집에 가곤 했었다.
더치가 생활화 되어 있는 곳이지만, 술을 마실 때는 각각의 인원수대로 맥주를 잔으로 산다. 잔이 비면 다름 사람이 또 잔으로 맥주를 사오고 잔이 비면 또 다른 사람이 술을 사고...
인기 있는 술은 단연 Victoria Bitter! (아웃백에서 팔던데...) > Stella > 호가든 > Becks 또.. 뭐 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그 밖에 보드카+각종 쥬스, 버번콕, Quick Fuck 같은 칵테일도 인기 메뉴.
안주는 사우어 크림과 스위트 칠리 소스에 찍어 먹는 웨지스, 쏘세지, 피자, 치킨 샐러드 등이 인기!
2. 직원들의 집에서 하는 바베큐 파티
한달에 한번은 회사 사람의 집을 방문해서 파티를 했다.
이게 모든 호주 회사의 문화인지, 아니면 다국적 사람들이 많았던 우리 회사만의 문화 인지는 모르겠으나 매월 둘째주 금요일 퇴근후에는 같이 일하는 동료의 집에서 놀고 마시고 또 놀았다.
3. 싱글 직원들의 집에서 열리는 테크노 파티
우리 회사에 있던 Aureo라는 프랑스 인은.. 있는 집 자제로써 벼랑 끝에 위치한 수영장 딸린 집에 사는 개발자였는데, 이분의 부모님이 사업차 프랑스로 가실 때마다 그의 집에선 테크노 파티가 열렸다.
회사의 어르신들은 초대받지 못하셨으며, 수영복을 준비해서 자유롭게 영화에서처럼 놀아도 된다.
보통 파티에 초대를 받으면 양해를 구하지 않고도 친구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데
그렇게 파티장에서 다른 친구들을 만나서 또 얘기하고 연락처를 교환하면서 친구가 늘 수도 있다. (그러나.. 밤문화에서 만난 친구들은 조심 또 조심! 해야한다, 한국처럼..)
* 업무 스트레스
한국과 비교했을 때 자율성이 더 보장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업무 스트레스가 아닌 영어 스트레스가.. 엄청 나다.
기획자가 전략 작업만 하나? PT는? 또 서비스 브랜딩과 카피 작업들은 어떻게?
사용자와 연락을 하거나 업무상 비즈니스 관계의 사람들을 만날 때에는?
.. 등등의 언어 스트레스는...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울회사에는 전담 카피라이터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도 나는 매주 있는 월요일 아침의 주간회의가 참 싫더라.ㅠㅠ
돌이켜 보니 한국의 근무 환경 보다는 호주가 월등히 좋았던 것 같다.
그것은 그 나라가 내게 높은 월급을 주거나,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더 친절했다기 보다 나의 Role에 대해서 스스로 당당하고 또 당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족과 함께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도전해 볼만 하지만,
나는.... 어떤 편리함이나 혜택보다도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사는 삶이 좋다~ ^^

